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권리금 2억 받고 나간 가게, 원가장부 펼쳐보니 나온 진짜 마진율

임대차 계약서 맨 뒷장에 붙은 특약사항 하나, 대부분 그냥 넘기죠. 저는 거기서 0.5mm 굵기 펜으로 눌러쓴 '룸 이용료 별도 정산' 문구를 보고 가게 인수 결정을 번복했던 기억이 납니다.

가게 주인이 자랑스럽게 내민 월 매출 1.2억, 그 표를 뒤집어 보면 업종별 원가율이라는 게 숨어 있어요. 일반 요식업이 식자재 30~35% 잡을 때, 룸 단위 서비스업은 '사용된 룸의 시간당 감가상각'이란 항목이 진짜 변수였어요. 내부 인테리어를 3년마다 한 번은 갈아야 하는데, 그 비용을 시간당 얼마로 잡을지에 따라 마진율이 8%p까지 흔들렸거든요.

## 룸당 시간 감가상각이라는 함정

가게 인수 전에 확인했던 실거래 내역을 복기해 보면, 평일 기준 룸당 매출은 23만 원 정도였어요. 그런데 여기서 인테리어 감가 4만 5천 원, 전담 직원의 대기 시간까지 포함한 인건비 8만 8천 원, 그리고 업주들이 '관리비'로 퉁치던 기타 항목 2만 2천 원을 빼고 나니, 남는 게 7만 5천 원.

이걸 보고도 '월 1.2억 매출'이라는 숫자에 속아 권리금 2억을 덜컥 찍은 분들이 많았죠. 그런데 진짜 문제는 여름과 겨울의 룸당 감가 속도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에요. 에어컨 풀가동 3개월이면 벽지 수명이 60%로 줄어듭니다.

누가 유흥 용어 정리 같은 걸 할 때 '아이스 값' 'TC' '아가씨 초이스' 같은 건 금방 알려주는데, 정작 저 벽지 교체 주기나 방음 패널의 물리적 수명 같은 건 아무도 정리 안 해줘요. 권리금 2억의 가치를 결정하는 건 결국 그 벽지였는데 말이죠.

## 실거래 내역서 속 마진율 18%의 비밀

가게를 넘기기 6개월 전부터 장부를 꼼꼼하게 들여다봤어요. 그때 발견한 패턴은, 10팀이 방문했을 때 마진율이 가장 높은 구간은 1~3팀이었단 거예요. 손님이 적으면 적을수록 단위당 이익은 오히려 올라가는 구조.

왜 그런가 했더니, '서비스 대기 인력'의 유휴 시간 문제였어요. 5개 룸이 꽉 차면 직원이 룸 5개를 다 커버 못 하니까 외부에서 시간제 도우미를 부르는데, 이 비용이 시간당 3만 2천 원. 이걸 원가로 잡으면 4~5번째 룸매출은 마진이 거의 0에 수렴하더라고요.

임대차 계약서에는 '룸 7실 기준 임대료 650만 원'이라고 써 있는데, 실제로 수익이 나는 건 3실까지만 이라는 거죠. 나머지 4실은 그냥 월세 충당용. 이 구조를 모르고 권리금 2억을 주고 들어온 새 주인은 첫 성수기가 지나고 나서야 이 함정을 깨닫게 됩니다.

내가 떠나기 전 그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은 "계약서 말고, 여름 장부를 봐요"였어요. 8월의 룸당 원가가 12월보다 왜 40%나 높은지 설명하려고 했지만, 그땐 이미 내가 떠나는 걸 아쉬워하면서도 속으로는 '이제 내 수익이 오르겠다'고 생각하는 눈치였죠.

단기적으로는 분위기 좋은 방이 돈을 벌고, 장기적으로는 장부를 읽는 사람만이 그 방을 지켜낼 수 있어요. 저는 후자였고, 그래서 권리금 2억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었죠. 이 업종에서 마진율을 논할 때는 '룸당 몇 %'가 아니라 '몇 번째 룸까지 돌렸을 때'의 구간별 분석이 더 중요하다는 걸, 2년간의 숫자가 증명해줬어요.

역삼 비즈니스클럽